공동육아 어린이집 부모 후기 시리즈1

졸업조합원 케찰코의 이야기 : 이상한 마을 성미산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부모 후기 시리즈1

언덕 위 엘리베이터 없는 5층 빌라의 꼭대기. 2013년 북가좌동에 차린 신혼집이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동네에 신혼살림을 차린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우리가 가진 돈의 크기와 출퇴근 시간을 따졌을 뿐이다. 이듬해 율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주는 행복과 육아가 주는 스트레스가 동시에 우리를 덮쳤다.

일하는 부부 둘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냉금은 공부와 일을 병행하고 있던 터라 육아휴직을 쓸 수 없었다. 나도 그랬다. 율이가 돌 되기 전, 반나절 율이를 안고 회사 건강검진을 받았다. 회사에 아이의 어린이집 하원을 위해 꼬박꼬박 ‘칼퇴’하겠다고 했다. 나를 유별난 아빠로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이 불편해, 걷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회식에 간 일도 여러 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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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냉금 둘 다 늦게 퇴근하는 날에는 ‘멘탈 붕괴’를 경험했다. 동네에는 아이를 잠시 부탁할 친구도 지인도 없었고, 우린 그저 선생님께 죄인이었다. 선생님께 전화해서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율이는 선생님 품에 안겨 자고 있었다. 율이를 안으니, 곧 눈을 떴다. 아빠임을 확인하더니 잠에서 깨서 싱글벙글 웃었다. 집으로 가는 길, 율이에게 “미안해. 미안해”라고 나직이 속삭였다.

​난 회사에서도 아이에게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이상한 마을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의 망원동 집에 자주 놀러갔는데, 성미산마을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면접을 봤는데 떨어졌다고 했다. 면접 보는 어린이집이라니, 풋. 지금은 성미산어린이집이라는 곳에 보내는데, 그곳을 터전이라고 부른단다. 입에 잘 붙지 않았다.

아빠, 엄마를 줄여서 ‘아마’라 부르고,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던 기훈 선배와 정민 선배는 여기선 동팔랑과 날라리로 불렸다. 참 별난 곳 같았다. 그런데 내 귀에 팍 꽂힌 말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이더라고.”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마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조금 마음이 갔다. 그 뒤 어느 날, 어디가 성미산마을인지도 모른 채 망원역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와 조금 걷다가 부동산중개업소 몇 군데에 들어갔다.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매물이 있어도 돈이 문제였다.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 미래를 기약하기로 했다. 성미산마을의 여러 어린이집에 대기 신청을 걸어 놓았다. 그 뒤 연락은 없었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성미산이라는 이름은 곧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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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일

육아가 힘에 부칠 때쯤 그 사건이 터졌다. 2년 전 이른 여름이었다. 율이와 둘이서 여의도 한강공원에 갔다. 얕은 물이지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한쪽은 다소 깊었다. 그늘막 텐트를 치는데 율이는 앞에서 놀겠다고 했다. 텐트를 쳤더니 율이가 보이지 않았다. 1분, 2분, 5분… 율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율이를 찾아 헤맸다. 한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율이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이 율이를 찾아주기까지 20분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혹시 물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머리끝이 쭈뼛 곤두선다. 그날 이후 동네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면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동네에서 5년을 살았지만, 율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빌라 사람들도 아이 이름을 몰랐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게 맞는 걸까, 다들 이렇게 헉헉대며 사는 걸까.

다시 찾은 마을

얼마쯤 뒤, 동팔랑이 마을의 조그마한 책방에서 사진전을 연다고 했다. 축하하러 갔다. 책방 이름이 촌스러웠다. ‘개똥이네’라니. 책방에서 동팔랑이 찍은 사진을 찬찬히 봤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무척 즐거워 보였다. 터전 아이들이라고 했다. “참 좋아 보여요” 했더니, 동팔랑이 귀띔했다.

“여기 근처에 작은 집이 나왔는데.”

그 말에 바로 그 집으로 갔다. 우리가 집을 보러 온 첫 번째 손님이라고 했다. 방 하나에 거실과 부엌이 붙은 작은 집이었고 집값도 생각보다 비쌌다. 우리 사정에 이 집을 사려면 은행 대출을 끌어모아야 했다.

전에 살던 곳은 낡은 집이긴 했지만 거실에다가 방이 세 개였고, 전셋값도 쌌다. 전세연장 계약을 한 지 1년도 채 안되는 때였다. 무엇보다 은행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바보인 세상이었다. “빌라는 절대 사지 마라.” 참 많은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바보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 마을의 작은 집에라도 살 수 있다면, 아는 사람 없는 동네의 큰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보다 우리 세 가족은 더 행복할 것 같았다.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는 꿈은 버렸다. 물론 여력도 없었다. 그날 밤 냉금과 마주 앉았다.

“우리 이사합시다. 성미산마을에 가고 싶어요. 아파트 사서 매일같이 시세를 확인하고 집값을 얘기하는 삶을 살긴 싫어요. 먼 훗날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마을의 작은 집에서 아이와 우리의 하루를 얘기하며 삽시다. 율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갑시다.”

냉금은 내 결정을 지지해줬다. 주변에선 모두 반대했지만.

마지막 고비

집은 해결했는데, 문제는 어린이집이었다. 몇 년 전 성미산마을의 여러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 놓은 일이 생각났다. 전화를 돌렸지만 자리가 없단다. 막막하게 시간을 보낼 때쯤, 동팔랑으로부터 다급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성미산어린이집에서 율이 나이 또래 한 명이 퇴소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 순번이 7번이라는 거였다. 방법이 없을까. 동팔랑 ‘빽’으로 뒷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을까. 그럴 순 없단다. 훗날 들었는데, 영화배우 문소리도 대기번호를 기다리다 아이를 우리 터전에 보내지 못했단다.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출근길에 차로 15분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서두르다 난생 처음 도로에서 옆차를 박기도 했다. 매일 기도했다. 좀 부끄러운 기도긴 했다.

'내 앞에 모든 대기자들이 등원을 포기하길 기도합니다.'

7, 6, 5, 4, 3…. 대기 순번이 줄어들 때마다 초조하게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 옮기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당장 이사하기 어려워 등원을 포기한 가정도 있었다. 2, 1…. 어느 가정은 엄마가 아빠를 설득 중이라고 했다. ‘아빠가 설득되지 않기를.’ 기도는 통했고, 우리는 그렇게 마을과 터전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누군가 내게 터전 살이가 어땠느냐고 물어보면, 아래의 시를 전하고 싶다. 공동육아와 마을살이라는 유난스러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싶다가도, 터전 아마들을 보면서 따뜻한 동질감을 느낀다. 참 좋기도 하고, 위로받는 것 같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동질(同質) / 조은

이른 아침 문자메시지가 온다

- 나지금입사시험보러가잘보라고해줘너의그말이꼭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기를 생명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신도 사람도 믿지 않아

잡을 검불조차 없었다

그 긴장을 못 이겨

아무 데서나 꾸벅꾸벅 졸았다

답장을 쓴다

- 시험꼭잘보세요행운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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