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든 감사의 축제
성미산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경험한 특별한 스승의날 이야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준비한 커피숍과 노래, 풍선 꽃 속에서 진짜 감사의 의미를 배웁니다.
처음 공동육아를 시작했을 때 나는 꽤 자신감이 있었다.
스승의날 선물도 당연히 “좋은 걸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쁜 패키지와 실용적인 물건.
그게 내가 알고 있던 감사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성미산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한 달쯤 되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장면을 만나게 되었다.

터전 앞에서 시작된 작은 축제
스승의날 아침.
등원길에 도착한 터전 앞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마치 작은 축제장 같았다.
부모들이 직접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한창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부모들이 함께 만든 ‘일일 커피숍’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엄마 아빠들은 바리스타가 되어 선생님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넸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직접 만든 풍선 꽃을 내밀었고,
곧이어 모두 함께 터전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골목길 가득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노래와 부모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놀라움과 감동이 섞인 선생님들의 표정까지.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가 쇼핑백에 담아 가려 했던 ‘좋은 선물’에는
이 풍경이 들어갈 수 없다는 걸.

나는 이미 정답을 정해두고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한 번도 아이에게 묻지 않았다.
- “선생님은 뭘 좋아할까?”
- “너는 어떤 걸 해주고 싶어?”
- “우리가 함께 뭘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늘 이미 정해진 답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공동육아를 선택했으면서도,
정작 공동으로 마음을 나누는 방식은 배우지 못했던 거다.

공동육아는 ‘함께 만드는 문화’였다
성미산 공동육아의 스승의날은 단순한 감사 행사가 아니었다.
누군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날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 모두가 직접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는 노래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자기 방식대로 마음을 표현했다.

완벽한 결과보다 중요한 건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 자체였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감사’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었다.
아이들에게서 다시 배우는 감사
터전에 입학한 지 한 달.
모든 게 낯설고,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더 확실한 것들을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선물.
확실한 감사 표현.
하지만 그날 아침, 나는 아이들에게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풍선 꽃을 접고,
커피 한 잔을 함께 준비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완전한 감사라는 걸.
이제는 기다려지는 그 아침
이제 나는 안다.
스승의날은 돈으로 준비하는 날이 아니라,
함께 마음을 만드는 축제라는 걸.
아마 올해도 터전 앞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따뜻한 아침을
이제는 온전히 믿으며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