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온 마을이 함께 뛰놀았던 성미산 마을운동회 이야기
성미산 공동육아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한 2026년 마을운동회. 아이와 어른 모두가 웃고 뛰놀며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낀 하루를 기록합니다.
눈이 시리도록 맑고 볕이 뜨겁게 내려앉던 어느 봄날.
성미산어린이집 가족들을 포함해
온 동네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름하여 2026년 마을운동회!
처음에는 아이들 행사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막상 시작된 운동회는 훨씬 더 큰 의미를 품고 있었다.
그날의 주인공은 아이들이기도 했고,
동시에 골목에서 매일 마주치던 우리 이웃 모두였다.

부모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졌다.
오늘은 평범한 운동회가 아니라는 걸.
“적당히 즐기다 가자”던 엄마 아빠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림보 게임에서는 허리를 거의 바닥에 붙이다시피 하며 경쟁했고,
팔씨름 대회에서는 서로의 팔에 핏대를 세우며 진심으로 승부를 겨뤘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참 좋았다.
어른들이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입해
땀 흘리며 웃는 장면을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기 방식대로 축제를 즐겼다
한편 아이들은 운동회를 훨씬 자유롭게 누리고 있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트랙 위 놀이에 참여하다가도,
어느새 지치면 운동장 옆 놀이터로 몰려갔다.
그네를 타고, 모래놀이를 하고,
다시 뛰어와 경기에 끼어들기도 했다.

신기했던 건 누구 하나 아이들을 통제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아이들을 함께 지켜보는 이웃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매의 눈으로 안전을 살피고,
누군가는 웃으며 아이 손을 잡아줬다.
그 풍경 속에서 공동육아란
단순히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운동장은 어느새 워터밤 축제장이 되었다
오후가 되자 더위가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부모들이 미리 챙겨온 물총들이 등장했다.
그 순간 운동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장은 순식간에 작은 워터밤 축제장이 되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서로를 향해 물줄기를 쏘아대며 흠뻑 젖어갔다.

햇살 아래 번쩍이는 물줄기와
운동장 가득 퍼지는 웃음소리.
옷은 다 젖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더위는 사라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함께 땀 흘린 하루가 남긴 것
운동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 머리카락에서는
땀 냄새와 햇볕 냄새가 뒤섞여 났다.
거창한 준비물도, 완벽한 각본도 없었다.
하지만 함께 구르고, 뛰고, 물을 맞으며 웃었던 그 시간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 경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넓은 동네 안에서
내 아이를 함께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그 사실을 온몸의 열기와 웃음으로 확인했던,
눈부신 봄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