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마당 놀이, 작은 텃밭도 살아난다

비 오는 날이면 어린이집 마당 놀이는 쉬어야 할까요? 성미산어린이집에서는 장마철 마당이 오히려 새로운 놀이 공간이 됩니다. 물웅덩이 놀이부터 텃밭 관찰까지, 비 오는 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우는 특별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비 오는 날의 마당 놀이, 작은 텃밭도 살아난다

장마가 시작되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먼저 생깁니다. 저 역시 그랬어요.
성미산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넓은 마당이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면 "이제 한동안 밖에서 못 노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맑은 날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마당 있는 어린이집을 찾게 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장마철이 되면 마당의 장점도 잠시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보내보니 전혀 다르더라고요.


비 오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

비가 내리는 아침이면 저는 괜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오늘은 실내에서만 있겠지?"
"밖에서 놀지도 못할 텐데 재미있을까?"

그런데 정작 아이는 달랐습니다.

우비를 챙기고 장화를 신고 나서는 걸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비가 와서 아쉽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비를 입는 날을 특별한 날처럼 기다리더라고요.

어느 날은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내렸습니다. 등원길 내내 "오늘은 밖에 못 나가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엄마, 오늘 물웅덩이 엄청 컸어!"

그 순간 제가 놓치고 있던 게 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비는 놀이를 막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주는 존재였던 거예요.


물웅덩이가 최고의 놀이터가 되는 순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더욱 실감이 났습니다.

우비를 입은 아이들이 물웅덩이를 밟으며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발자국이 생기고, 물이 튀고, 진흙이 묻는 과정 자체가 놀이였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물웅덩이를 피하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왜 물이 고였지?"
"발을 세게 구르면 어떻게 될까?"
"진흙은 왜 이렇게 말랑하지?"

아이들은 몸으로 질문하고 몸으로 답을 찾고 있었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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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가장 반기는 건 텃밭이었다

장마철 마당의 또 다른 주인공은 텃밭이었습니다.

성미산어린이집 마당 한편에는 아이들이 직접 심고 가꾸는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감자, 수세미, 콩, 셀러리 같은 채소들이 계절에 따라 자라는데요.

비가 온 다음 날 아이들은 가장 먼저 텃밭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어느 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지난주보다 벼, 감자가 훨씬 커졌어요. 아이들이 매일 확인하러 와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비는 아이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식물들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니까요.

그런데 어른인 저는 비를 그저 불편한 날씨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심은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비가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었어요.


자연은 멈추지 않는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날씨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예전에는 맑은 날은 좋은 날, 비 오는 날은 아쉬운 날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구분하지 않더라고요.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계절이 바뀌면 그 변화 그대로를 받아들입니다.

마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맑은 날에는 뛰어노는 공간이 되고, 비 오는 날에는 물과 흙을 만나는 공간이 됩니다. 텃밭은 비를 먹고 자라고, 아이들은 그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합니다.

그래서 장마철의 마당은 쉬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배움의 공간이 됩니다.


비 오는 날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요즘은 비 오는 날 아침이면 저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못 놀겠네" 대신"오늘은 어떤 놀이를 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비를 피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던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요.

성미산어린이집의 마당은 맑은 날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에도 살아 있고, 텃밭도 자라고, 아이들의 놀이도 계속됩니다.

어쩌면 장마철은 마당이 가장 풍성해지는 계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이가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돌아왔다면, 그건 아마도 자연이 들려준 이야기를 한가득 담아온 하루였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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