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목에서 만난 성미산의 초록 - 8월 마지막 나들이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기척이 느껴지는 8월 마지막 주.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은 오늘도 성미산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초록이 여전히 짙지만 어딘가 가벼워진 바람, 조금씩 낮아지는 햇살 속에서 아이들이 발견한 것들을 함께 나눕니다.
아침부터 들뜬 아이들, "오늘 산 가요?"
"선생님, 오늘 날씨 좋아요! 산 가요?"
아침 9시, 어린이집 현관문이 열리기 무섭게 터져 나온 아이들의 질문입니다. 8월 마지막 주 금요일,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어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지만, 어딘가 달라진 공기의 질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럼요, 오늘도 우리 산에 가야죠!"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신발을 챙기고 물통을 메기 시작했습니다. 성미산어린이집에서 나들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거의 매일 성미산으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산은 가장 친근한 놀이터이자 배움터이거든요.
여름과 가을 사이,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

성미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소리쳤습니다.
"어? 바람이 시원해요!"
"아까보다 더 시원한 것 같아요!"
정말 그랬습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은 따갑지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확연히 가벼워졌어요. 8월 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의 성미산은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초록은 여전히 짙지만, 어딘가 색이 조금씩 바래가는 느낌이랄까요.
"선생님, 여기 도토리 있어요!"
한 아이가 발견한 작은 도토리 하나가 모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직 초록빛이 도는 어린 도토리였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을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죠.
"도토리가 있으면 다람쥐도 올 거예요!"
"우리 조금 있다 다시 와서 다람쥐 보자!"
아이들은 도토리 몇 개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고 다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만의 아지트, "비밀 쉼터"
20분쯤 걸었을까요. 아이들이 "비밀 쉼터"라고 부르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커다란 참나무 아래 평평한 바위가 있는 곳인데, 이곳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 공간이에요.
"여기서 쉬어요!"
"저는 물 마실래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누구 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동생들이 앉을 자리를 먼저 챙겨주고, 물통을 꺼내 나눠 마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선생님, 저기 매미 껍질이요!"
나무 기둥에 붙어 있는 매미 허물을 발견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 여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매미 소리도 이제 한풀 꺾였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나무 곳곳에 남아 있었죠.
"매미는 어디 갔을까요?"
"하늘로 날아갔을 거예요!"
아이들은 매미 허물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발견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겐 큰 배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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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배움, 배움은 놀이

쉼터에서 잠시 쉰 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흩어져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를 모아 "집 짓기"를 하는 아이들, 돌멩이를 주워 크기별로 늘어놓는 아이들, 나뭇잎을 모아 "요리 놀이"를 하는 아이들까지. 특별한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냅니다.
"여기가 문이고요, 여기가 창문이에요!"
"저는 지붕 만들 거예요!"
나뭇가지로 집을 짓던 아이들은 서로 역할을 나누며 협력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협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이것이 바로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배움의 방식입니다.
"선생님, 개미가 일렬로 가요!"
한 아이가 바닥을 가리키며 소리쳤습니다. 정말로 개미 수십 마리가 먹이를 나르며 줄지어 가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개미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비켜서며, 한참을 쪼그려 앉아 개미 행렬을 관찰했습니다.
"우와, 저 개미 힘 세다!"
"저것보다 더 큰 거 들고 가요!"
성미산에서의 나들이는 단순히 산책이 아닙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작은 생명을 존중하며,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가는 시간입니다.
하산길, 아이들이 남긴 말
한 시간 반쯤 산에서 보낸 후, 아이들과 함께 터전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습니다.
"오늘 재밌었어요!"
"내일도 산 갈 거죠?"
"저 도토리 또 보러 올래요!"
손을 잡고 걸으며 나누는 아이들의 수다를 듣다 보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성미산어린이집의 하루는 이렇게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흘러갑니다.
일상이 교육이 되는 곳
8월 마지막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손을 씻고 점심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유기농 채소로 만든 된장찌개와 잡곡밥. 산에서 실컷 뛰어놀고 온 아이들은 밥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나 오늘 밥 두 그릇 먹었어요!"
"저도요!"
밥을 먹으며 나누는 오늘의 이야기들. "도토리 주웠던 거 기억나?" "매미 허물 신기했지?" 아이들은 오늘 하루를 곱씹으며 서로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성미산어린이집에서는 놀이가 곧 교육이고, 생활이 곧 배움입니다. 무리하게 한글을 가르치거나 영어를 선행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자라납니다.
우리 아이도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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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기다리며

8월이 가고 9월이 오면, 성미산의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할까요. 초록이 노랗게, 빨갛게 물들고, 도토리가 주렁주렁 열리고,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그리고 그 모든 변화를 아이들은 매일의 나들이 속에서 온몸으로 느낄 겁니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이 바로 성미산 공동육아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잘 자랐습니다.
내일도 우리는 성미산으로 향할 겁니다.
성미산어린이집 문의
📍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7안길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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