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벌레를 좋아할까? 자연이 가르치는 생명 공부

개미, 애벌레, 매미, 반딧불이까지. 성미산 공동육아 아이들은 여름 숲과 마당에서 벌레를 관찰하며 생명을 배웁니다. 자연 속 호기심이 만들어내는 진짜 배움의 이야기.

아이들은 왜 벌레를 좋아할까? 자연이 가르치는 생명 공부

여름 벌레 탐구, 흙과 숲풀 속에서 배우는 생명

처음 성미산에서 일할 때만 해도 저는 벌레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곤충 그림책을 읽어주고,나비와 애벌레의 생애 주기를 설명하고,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말입니다.

계획은 꽤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고,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이미 다른 놀이를 시작하고 있었죠.

결국 남는 건 제 열정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6월이 되면 저는 더 이상 벌레 교육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배움은 개미 한 마리에서 시작됐다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외쳤습니다.

“선생님! 개미가 여기 있어!”

그럼 저는 그냥 그 자리에 앉습니다.

개미를 함께 따라갑니다.

어디로 가는지,무엇을 물고 가는지,왜 멈췄는지.

그러다 다른 아이가 다가옵니다.

“나도 봤어!”

그러면 개미는 어느새 모두의 관심사가 됩니다.

곧 질문이 이어집니다.

“개미랑 메뚜기 중에 누가 더 빨라?”

“개미는 왜 줄을 서서 다녀?”

“개미도 집이 있어?”

누가 시킨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진심으로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진짜 배움은 언제나 그런 궁금함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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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호기심이 시간표가 된다

지난주에는 반딧불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반딧불이는 밤에만 나온대.”

그러자 다른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밤에 불이 필요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 한마디에서 탐구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다음 날도,그다음 날도,마당과 숲으로 나갔습니다.

반딧불이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반딧불이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밤의 숲이 낮과 다르다는 사실.

밤의 마당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르다는 사실.

손전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

그 경험은 어떤 설명보다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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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의 교과서는 자연이다

가끔 부모님들이 물어보십니다.

“벌레 공부를 하나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사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새 공부가 되어 있습니다.

흙 속 애벌레가 교과서가 되고,

나뭇잎 뒤에 붙어 있는 알이 관찰 자료가 되고,

매미 울음소리가 과학 수업이 됩니다.

정해진 교재도 없고,학습지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누구보다 깊게 배우고 있습니다.

깊이 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

26년 동안 아이들을 만나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궁금한 것을 만났을 때 놀라울 정도로 집중합니다.

그 순간은 옆에서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이 달라지고,

눈빛이 깊어지고,

손끝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집니다.

숨소리마저 달라집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몰입이라는 상태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때 아이들은 누군가 시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있습니다.

더러워진 하루가 가장 좋은 하루

저도 처음에는 자유롭게 두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규칙 없이 노는 것은 방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아이들은 원래 배우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을.

세상이 충분히 흥미롭다면아이들은 저절로 손을 뻗습니다.

개미굴 앞에서도,

애벌레 앞에서도,

매미 소리 앞에서도.

오늘도 아이들은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갈 것입니다.

손에는 흙이 묻어 있고,

옷에는 풀물이 들고,

신발에는 흙 먼지가 가득할지도 모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빨래가 늘어나는 하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아주 좋은 하루입니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몸으로 배운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내일도 우리는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다

내일도 아이들은 숲으로 갈 것입니다.

마당으로 나갈 것입니다.

개미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줄 것이고,

매미는 또 다른 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보다 앞서 가지 않습니다.

그저 함께 따라갑니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방향으로.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함께 배우는 한 명의 어른으로서.

오늘 아이가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면,

아마 가장 좋은 하루를 보내고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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