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이 뭐 어때서요 — 성미산 아이들의 여름방학 이야기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아이의 얼굴에서 본 순수한 행복. 성미산어린이집의 여름은 어른의 "하지 마"가 없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물과 흙, 그리고 상상력만 있으면 충분한 아이들의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아이가 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온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저는 처음엔 솔직히 좀 당황했어요. 옷은 버려야 하나 싶을 만큼 새까맣고, 머리카락엔 뭔가 끈적한 게 붙어 있고. 그런데 우리 아이 표정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걱정이 스르르 사라지더라고요. 두 볼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은 까르르 웃고 있었거든요.
성미산어린이집의 여름방학은 조금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더 실컷 놀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시간이에요.
터전 마당에서 시작되는 진짜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터전 마당 한켠에는 커다란 대야가 놓이고, 호스가 풀립니다. 거창한 준비는 없어요. 흙이 있고, 물이 있고, 아이들이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처음에 조심조심 물에 손을 담그던 아이들이 어느새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흙과 물을 섞어 "이건 내가 만든 떡이야!" 하고 소리칩니다. 옷이 젖는 것도,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아요. 어른들의 "하지 마"가 없는 자리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냅니다.
선생님들은 그 옆에서 함께 웃으며 지켜봅니다. 제지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아이들의 상상에 슬쩍 끼어들어 함께 놀아주는 식이에요. 별명으로 부르고, 반말로 이야기하는 친구 같은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성미산으로 올라가는 여름 탐험

날씨가 조금 선선한 날에는 성미산으로 올라갑니다. 산비탈을 오르다 보면 여기저기서 작은 발견들이 이어져요. 돌 아래 숨어 있는 곤충, 비가 온 뒤 땅 위로 나온 지렁이, 나뭇잎 위에 맺힌 물방울.
아이들은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선생님, 이게 뭐야?" 하고 물어봅니다. 정답을 가르쳐주는 시간이 아니에요. 같이 궁금해하고, 같이 만져보고, 같이 냄새 맡아보는 시간이죠.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자연과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들 하지만, 성미산 아이들은 조금 다른 여름을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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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단지 선생님의 여름 밥상
흙투성이로 놀고 나면, 배도 든든히 채워야죠. 영양교사 맛단지 선생님은 여름방학에도 한결같이 건강한 밥상을 차려냅니다. 두레생협과 한살림에서 온 제철 식재료로 만든 오이냉국, 가지볶음, 옥수수. 아이들이 직접 껍질을 까보기도 하고,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거다!" 하며 식탁 앞에 먼저 앉아요.
먹는 것도 배움이라는 말이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몸으로 알아가는 거니까요.
"오늘 뭐 했어?" 보다 "오늘 어떤 표정이었어?"

저는 요즘 날적이를 읽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좋아요. 선생님이 써준 한 줄, 한 줄에서 아이가 어떤 얼굴로 하루를 보냈는지 그려지거든요. 흙탕물 속에서 친구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 처음으로 벌레를 손 위에 올려봤다는 이야기.
그 작은 기록들이 쌓여서, 아이의 여름이 됩니다.
내년 여름에도 우리 아이는 또 흙투성이가 되겠죠. 그리고 저는 또 그 표정 때문에, 모든 걱정을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공동육아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 글을 읽고 나서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셨다면 그게 바로 시작이에요. 성미산어린이집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편하게 상담 신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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