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를 따라 계절을 배우는 아이들 — 성미산마을의 생활문화 이야기
달력을 버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봄날 흙을 만지고, 여름 냇물에 발을 담그고, 절기의 흐름 속에서 계절을 온몸으로 배우는 아이들이죠. 성미산마을의 작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빼앗긴 자연의 시간을 되찾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봄이 오면 쑥을 캐고, 여름이 되면 개울에 발을 담그고, 가을엔 도토리를 줍고, 겨울엔 눈 속에 뒹구는 아이들.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의 한 해는 달력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따라 흘러갑니다. 24절기와 세시풍속이 그 흐름의 이정표가 됩니다.
달력 대신 절기로 시간을 읽다

요즘 아이들에게 절기는 낯선 개념입니다. 스마트폰 날씨 앱이 계절을 알려주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성미산어린이집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입춘 무렵이면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봄이 왔나, 땅이 녹았나" 하며 성미산 비탈을 올라 흙을 만져봅니다. 동지가 가까워지면 작은 손으로 팥죽을 쑤고, 붉은 팥물이 왜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전통 체험이 아닙니다. 절기를 몸으로 익힌다는 것은, 시간이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쉰다는 감각을 배우는 일입니다. 봄에는 씨앗을 심고 싹을 기다리는 법을,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나눠 먹는 기쁨을 자연스럽게 체득합니다.
손으로 만들고 입으로 나누는 세시 생활

성미산어린이집의 절기 교육은 언제나 '만들기'와 '먹기'를 품고 있습니다.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직접 차려보고, 단오엔 창포물에 머리를 감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송편을 빚으며 모양이 제각각인 것을 보고 깔깔 웃습니다. 삐뚤빼뚤하면 어때요, 내 손으로 만든 송편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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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 '맛단지'는 절기에 맞는 제철 식재료로 밥상을 꾸립니다. 두레생협과 한살림에서 가져온 유기농 재료들이 아이들의 손을 거쳐 한 그릇의 음식이 됩니다. 먹거리를 함께 만들고 나눠 먹는 경험은,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수고했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절기 밥상은 그 자체로 생태 교육이자 감사 교육입니다.
절기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시간

흥미로운 것은, 절기 생활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이들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마(아빠+엄마)들도 처음에는 "청명이 뭐지?", "한식에는 뭘 하더라?" 하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팥죽을 쑤고, 단오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성미산에 올라 절기 나들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도 계절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공동육아는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니라 어른도 함께 배우는 공간입니다. 절기 문화는 그 배움의 가장 아름다운 통로 중 하나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올해 동지에 팥죽 먹었어요?"라고 먼저 묻는 아이를 보며, 부모도 비로소 계절이 살아있음을 실감합니다.
자연의 리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은 오늘도 절기를 따라 계절을 읽고, 흙을 만지고, 함께 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사교육도 없고, 이른 한글 교육도 없습니다. 대신 봄의 냄새, 가을바람의 서늘함, 함께 나눠 먹는 밥 한 그릇의 따뜻함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절기를 아는 아이는 자연과 연결된 아이입니다. 그리고 자연과 연결된 아이는, 세상과도 사람과도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올 겨울 동지,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팥죽 한 그릇을 나눠 먹을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아이가 자연의 리듬 속에서 자라는 삶, 가까이서 보고 싶으신가요? 성미산어린이집의 공동육아 이야기가 마음에 닿으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입소 상담을 신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