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공동육아 3개월 후 알게 된 것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고민 중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성미산 공동육아를 경험하며 깨달은 부모 참여, 당번, 운영 방식, 그리고 공동체 육아의 진짜 의미를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공동육아 처음 접한 분들, 어린이집을 선택하기 전 알아야 할 것
내가 성미산어린이집을 선택하기 전, 공동육아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올린 이미지는 거의 유토피아에 가까웠다.
부모가 함께 운영한다.
그 말만 들어도 왠지 따뜻했다.
마당이 있고, 매일 숲에 가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논다.
마치 내가 어릴 적 상상했던 이상적인 동네 같은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우월감도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야지.’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는 더욱 확신했다.
부모들의 표정은 밝았고, 선생님들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교육 철학이 모두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입서를 작성할 즈음에는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입학 후 석달쯤 지나서야 알게 됐다.
공동육아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꽤 다른 곳이었다.
공동육아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처음 부모 당번을 맡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린이집 운영이라고 해서 나는 단순히 선생님을 돕는 정도를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필요하면 손을 잡아주고,적당히 보조 역할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예상이 빗나갔다.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오늘은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까요?”
순간 당황했다.
내가 묻는 입장인 줄 알았는데,오히려 질문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당에는 모래와 물통, 나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선생님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계속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질문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아이들이 모래를 파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와줘야 할까.
말을 걸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함께 있어야 할까.
나는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공동육아는 안내 받는 곳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부모도 공동체의 한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공동육아에서 부모 참여는 단순히 봉사가 아니었다.
내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무엇을 경험하는지, 어떤 가치를 배우는 지에 대해 부모도 함께 결정하는 구조였다.
어떤 놀이를 준비할지,어떤 물건을 들일지,어떤 행사를 만들지.
누군가 정해준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시간만큼은육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부모 역시 공동체의 일부로 참여해야 했다.
그게 때로는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이유
하지만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유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신뢰였다.
어른들이 아이를 믿고 있었다.
모래를 파도 괜찮고, 물을 쏟아도 괜찮고, 갑자기 놀이를 바꿔도 괜찮다.
정해진 순서보다 아이의 선택을 먼저 존중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신뢰 받고 있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입학 전 나는 숲 체험에도 기대를 걸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교육적인 것을 상상했다.
나무 이름을 배우고, 곤충을 관찰하고, 자연 수업 같은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숲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은 그냥 숲에 간다.
돌을 주워보고, 개미를 관찰하고, 흙을 만지고, 계절을 느낀다.
그리고 어른들은 설명보다 함께 바라본다.
아이들이 발견한 것을 같이 보고, 같이 궁금해 한다.
그 과정이 오히려 더 깊은 배움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공동육아의 가장 큰 장점
요즘 나는 공동육아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한다.
"부모도 함께 자란다는 것."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니라,아이를 함께 키우는 곳.
그래서 힘들기도 하고,그래서 더 많은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그만큼 깊은 신뢰도 생긴다.
내 아이를 아는 어른들이 많아지고,내가 다른 아이들을 알게 되고,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 관계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공동육아를 고민하는 부모에게
물론 공동 육아가 모든 가정에 맞는 것은 아니다.
당번도 있고,회의도 있고,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떤 날은 솔직히 버겁다.
하지만 공동육아를 고민하고 있다면 한 가지는 꼭 알고 선택했으면 좋겠다.
이곳은 돌봄 서비스를 구매하는 곳이 아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다.
그래서 편리함만 기대하고 들어오면 당황할 수 있다.
반대로 아이를 둘러싼 관계와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생각보다 큰 선물을 만날 수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공동육아의 핵심은 숲도 아니고,마당도 아니고,특별한 프로그램도 아니다.
함께 책임지고,함께 고민하고,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혹시 지금 공동 육아 어린이집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어린이집이 무엇을 제공 하는 지만 보지 말고,그곳이 부모에게 무엇을 요청하는지도 함께 살펴보길 바란다.
어쩌면 그 질문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지도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