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로 함께 크는 아이, 성미산 공동육아의 현실

아이를 맡기는 게 아니라, 함께 들어가는 곳입니다. 성미산 공동육아에서 부모는 '아마'가 되고, 이웃의 아이를 함께 보살피며 자신도 자랍니다. 품앗이처럼 돌아가며 주고받는 이 경험이 아이의 밥상이 되고, 삶의 밑거름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로 함께 크는 아이, 성미산 공동육아의 현실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와 함께 들어가는 곳입니다.

성미산어린이집에 들어서는 순간, 부모는 '아마(아빠+엄마)'가 됩니다. 선생님의 별명처럼, 아마도 하나의 이름입니다. 그 이름을 받아드는 순간부터 이 터전의 이야기는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 어른의 것이기도 해집니다.


아마가 된다는 것

처음엔 낯섭니다.
월 정기 모임, 당번 청소, 행사 준비, 운영 회의.
"이게 어린이집이야, 직장이야?" 싶은 날도 솔직히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손에 흙을 묻히고 텃밭을 함께 일구다가 문득 알게 됩니다. 이 수고가 아이의 밥상이 된다는 걸. 내가 이웃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이웃 어른이 내 아이의 넘어짐을 함께 아파한다는 걸.

공동육아는 '품앗이'입니다.
돌아가며 주고, 돌아가며 받는 일. 그 순환 안에서 아이도 어른도 조금씩 다르게 자랍니다.


터전에서 벌어지는 일들

성미산어린이집의 하루는 조용히 바쁩니다.

아이들은 성미산 비탈을 뛰어오르고, 흙을 파고, 벌레를 들여다봅니다. 선생님은 '하지 마'가 아니라 '왜 그랬어?'를 묻습니다. 훈계 대신 이야기를 나눕니다. 벌 대신 귀를 기울입니다.

날적이(교환일기)엔 그날의 작은 장면이 담깁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친구에게 "미안해"를 말한 것, 점심을 두 그릇 먹은 것, 혼자 신발 끈을 맨 것. 그것을 아마가 읽고 답을 씁니다. 그렇게 하루가 이어집니다.

세시와 절기를 따라 김장을 하고, 동지팥죽을 끓이고, 봄이 오면 냉이를 캡니다. 한글보다 먼저 손이 배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공동육아, 현실의 무게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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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됩니다.
아마의 참여는 때로 피곤하고, 회의가 길어지는 날이 있고, 의견이 부딪히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마찰 속에서 진짜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것, 맞지 않아도 대화를 이어가는 것. 아이들이 터전에서 배우는 것을 어른도 똑같이 배웁니다.

정원의 최대 10%는 통합아동으로 구성됩니다. 장애와 비장애, 느린 아이와 빠른 아이가 같은 밥상에 앉습니다. 누군가의 다름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몸으로 먼저 익히는 배려가 있습니다.

사교육은 없습니다. 이른 한글도, 영어도, 학습지도 없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믿는다는 것이 이 터전의 약속입니다. 그 믿음을 아마도 함께 지킵니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성미산마을 골목을 아이들이 걸어갑니다.
마포의 유적지를 찾고, 성미산을 탐구하고, 마을 가게 어른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이 아이들에게 세상은 교실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을 안내하는 것은 선생님만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웃도, 마을도 함께입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 누군가의 옆에 자연스럽게 앉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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